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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왕가위
배우 :  양조위, 장만옥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98분
제작년도 : 2000년
개봉일 : 2000년 10월 21일
국가 : 홍콩

 

 이 영화는 우리 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홍콩 멜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불륜'이라는 소재가 어떤 방식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따뜻해보이지만 어두운, 강렬해 보이지만 희미한 영상미는 최고라고 평가된다. 각 장면장면의 연결이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며 그런 효과를 통해 점차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두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해서는 안될 두 사람. 흔히 '불륜'이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그 둘의 사랑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렇게 두 사람의 커져가는 사랑을 보여주며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두 가지 효과는 절제와 반복이다. 이 영화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두 사람이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거의 없다. 장면을 통해, 음악을 통해, 눈빛을 통해, 표정을 통해서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멜로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스킨쉽도 매우 절제되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 흔한(?) 키스씬도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체 왜 감독은 그런 절제된 사랑만을 관객에게 보여줄까. 답은 마지막 장면에 있다. 그들만의 비밀. 그들만의 사랑. 그들만이 알고 있는 둘 만의 이야기. 그 것을 묻으러 앙코르와트로 간 양조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2046호의 일은 관객의 상상과 생각에 맡기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반복이라는 장치를 사용했다. 주요 장면은 2번씩 보여준다. 그들은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서, 또 그들의 맞아야되는 상황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습'을 한다. 그 2번의 연습의 과정은 같지만 결말은 다르다. 그 둘은 그 연습을 통해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계속 던져주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습에서는 2번째 연습에 도달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리는 장만옥의 울음소리를 어둠 속에서 들려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화양연화'라는 말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가장 아름다운 때는 아이러니컬하게 그들의 중년기에 맞은 '불륜의 시기'이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언제였냐고. 그리고 대답한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육체가 아닌 정신만으로도 사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가장 고독한 모습으로 담배를 태울 수 있는 배우, 가장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양조위와 세월의 흐름이 피해간, 무표정한 얼굴에서 가장 큰 슬픔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장만옥의 조합이 인상깊었던 영화였다.

 

P.S : 양조위가 뒤에서 장만옥을 안고 있는 포스터는 너무 유명해서 다른 포스터를 골라보았다 ^^;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가겠소?"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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