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해당되는 글 7건

감독 : 롤프 슈벨
주연 : 벤 베커, 스테파노 디오니시, 에리카 마로잔, 조아킴 크롤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114분 
제작년도 : 1999

 이 영화는 나에게 조금 특별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너무나 좋아해서 생각날 때마다 몇 번이고 찾아서 봤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을 보기 위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철저히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이 영화를 이루는 키워드는 딱 2가지이다. 음악 그리고 사랑. 
 영화의 제목인 'Gloomy Sunday'는 영화에 등장하는 슬픈 피아노곡으로, 전체 줄거리를 관통하여 흐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전쟁 중의 우울한 사회상,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슬픈 인생들이 맞물려 그 무엇보다 아련하게 가슴을 적신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 음악을 통한 사랑으로부터 시작하여 슬픔과 죽음, 그리고 배신과 복수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며 흘러간다. 
 
서로 사랑하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모습. 이 장면은 추후에 '몽상가들'에서 차용하게 된다.
 
 이 영화를 이루는 다른 한 축은 단연 '사랑'이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 앞에 나타난 한 피아니스트는 하나의 피아노곡으로 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진다. 기존의 남편을 사랑하지만, 정열적으로 불타오르는 사랑을 원했던 그녀의 다른 한 쪽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남편은 그녀의 그러한 사랑을 이해하고 그녀의 반 쪽짜리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세 사람의 미묘한 동거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삐걱거렸지만, 점차 균형있는 세 사람만의 사랑을 만들어가던 때에 그녀를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나게 되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모든 균형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서로 사랑하지만, 상황이 그를 허락하지 않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가 급속히 부서져 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파란만장한 과정에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화면을 스친다. 우울, 질투, 이해, 배려, 희생, 조화, 행복, 분노, 증오, 슬픔, 배신, 복수까지.. 이 미묘하게 스쳐 지나가버릴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사랑'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묶여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 영화 전반에 흐르는 Gloomy sunday와 함께- 흘러간다 . 이 영화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사랑'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에서부터 파생되는 것이라 말하는 것만 같다.수많은 감정이 얽혀있서 자칫 산만하게 비춰질 수 있는 화면을 너무나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풀어나갔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P.S: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실제 현실 속에 존재했던 'Gloomy Sunday'가 너무나 많은 자살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모든 음반이 폐기처분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남아있는 원곡은 존재하지 않으며 영화에서 나오는 OST는 영화를 위해 새로 제작된 음악이다. 원곡이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Gloomy Sunday'의 OST도 사무치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감성이 잘 녹아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아래의 영상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꼭 영화를 보고 다시 들어보길 바란다.



|

감독 : 데이빗 핀처 
배우 : 미트 로프,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 헬레나 본햄 카터  
장르 : 드라마 , 액션, 스릴러
상영시간 : 132분 
제작년도 : 1999년 
개봉일 : 1999년 11월 13일 
국가 : 미국 

 사람들은 말한다. "이 지긋지긋한 세상 누가 어떻게 엎어버릴 순 없나?"라고. 이런 현대인들의 일상탈출에 대한 소망을 이루어주고 금기를 깨뜨리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 파이트 클럽이다.

 일상에 대한 탈출, 현대인의 생활에 대한 회의, 폭력의 미학, 인간의 이중성, 통제에 이끌리는 집단의 무서움 등에 대해 적나라하게 또 사실적으로(하지만 아이러닉하게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할 것처럼) 그려냈다. 현 사회를 파괴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카리스마와 그를 지켜보며 그의 카리스마에 녹아들지만 점점 심해져만 가는 그의 폭력성에 조금씩 반발을 키워가는 다른 한 남자의 심리 상태를 영상과 대화를 통해 잘 담아냈다.

 인간은 누구나 일탈을 원한다. 다만 사회라는 틀 안에 묶여 있고 법이라는 굴레가 잡혀있을 뿐. 그 것을 거부하는 단체가 '파이트 클럽'이다. 또한, 인간(특히 남자의 경우)은 누구나 폭력성과 호전성을 가진다. 이를 표현하고 나타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 역시 '파이트 클럽'이다. 이 것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통쾌함을 느끼는 이유가 될 것이다. 우리가 현실 생활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것. 나타내지 못하는 것. 숨겨야만 하는 것. 들추고 싶지만 들추지 못하는 것. 이 모든 것이 깨질 수 있는 곳을 영화 속에서 제공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브래드 피트와 에드워드 노튼은 작품을 참 잘 고르는 배우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이건 아닌데' 라는 것을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이유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큰 일탈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사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또한 그 안에 안주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영화를 보면서 내내 느끼게 된다. 또한, 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가까워지면서 영화가 갖는 반전이라는 장치를 통해 더욱 극명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어떤 인간이라도 가질 수 있는 이중성에 대한 극적인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인간의 광기와 사랑의 줄타기를 보여준다.


 영화 내내 보여지는 어두운 분위기와 영상, 또한 시나리오상으로 치밀하게 짜여진 영화적 장치가 잘 어울어지고 브래드 피트,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 또한 최고조에 달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인간의 선과 악, 이 양면성의 연기를 보여주는 최고의 배우는 역시 에드워드 노튼이 아닌가 싶다. 또한, 그 누구보다 매력있는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가 브래드 피트라는 것 .... 이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모든 걸 다 잃어봐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어"

"Where is my mind? "

|

감독 : 라스 폰 트리에 
배우 : 까뜨린느 드뇌브, 데이빗 모스, 비요크, 우도 키에르, 조엘 그레이 
장르 : 드라마, 뮤지컬 
등급 : 12세 이상 
상영시간 : 139분 
제작년도 : 2000년 
개봉일 : 2001년 02월 24일 
국가 : 덴마크, 스웨덴 

 나는 영화보면서 정말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다고 한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한 방울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너무나 슬프다. 내가 봤던 많은 영화중에서 단연 가장 불쌍한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라고나 할까?
 여주인공은 가난한 홀어머니이다. 그는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공장에서 적은 봉급만을 받으며 살지만 항상 긍정적이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가 간절히 꿈꾸는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끝없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 속에서 무대를 열어간다. 적은 봉급, 가난한 현실, 거기다 시력까지 잃어가는 그녀의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도 항상 희망을 잃지 않는다.

 그녀의 상상 속에서라면 어디든 뮤지컬 무대가 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뮤지컬 영화 선상에 올라 있는 이 영화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뮤지컬 영화의 2가지 방식 중 '영화 속 뮤지컬'을 사용해서 영화가 진행되는 도중에 뮤지컬이 삽입되지만 그 뮤지컬들은 전부 주인공의 상상에 의해서만 진행된다. 그녀의 힘든 현실을 반영하는 어두운 톤의 영상, 그런 힘든 현실을 이겨내는 그녀의 상상(뮤지컬)을 반영하는 밝은 톤의 영상이 어우러진다. 
시력을 잃어가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눈이 되어주고자 하는 남자

 주인공은 매우 힘든, 그리고 기구한 운명의 한 여인이다. 그러한 그녀에게 삶의 빛이 되어준 것은 뮤지컬이라는 매개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의 불운이 계속되지만 그걸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 아름답고 가슴아프게 그려진다. 자신을 포기해가면서 아들을 생각하는 '어머니'로서의 그의 모습과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는 '불운한 여인'으로서의 모습이 계속 오버랩되며 눈물을 끌어내는 것이다. 생기넘치는 뮤지컬에 눈물과 사랑이라는 소재를 더해 그 슬픔을 두 배로 만드는 감독의 능력에 박수를 치고 싶었던 영화이다.(그리고 여배우의 소위 '타고난' 마스크에도..)


"왜 아이를 그렇게 낳고 싶어했나요?"
"그냥... 한 번 안아보고 싶었어요"
|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배우 카레 헤데브란트 / 리나 레안데르손 
장르 드라마 / 호러
시간 114 분
개봉 2008-11-13
국가 스웨덴


참 특이한 소재의 영화를 봤다.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이 그 것이다. 그저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라면 특이할 점이 없겠지만 이 영화는 특별한 소년과 특별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년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한 명의 친구도 없는 학생이고 소녀는 평생을 12살로 살고 있는 '뱀파이어'라면 그 특이함의 정도가 이해될까?

스웨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드라마/멜로/호러라는 3가지 장르를 수시로 넘나들며 극을 전개해 나간다. 항상 영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흰 눈은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때로는 가슴 시리게, 때로는 너무나 차갑고 무섭게 보여진다. 소년과 소녀의 순수함은 극을 애잔하게 만들지만, 사람의 피를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소녀의 삶 앞에 공포라는 존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영화이다. 한 명의 친구도 없이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만을 당한 소년은 그들을 마음 속으로 증오하고, 죽이는 상상을 끊임없이 하지만 그 것을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존재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12살의 몸을 지니고 살아온 소녀는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고 해치고 싶지 않지만, 생존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 아이러닉하게 상반된 모습을 지닌 그 둘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으로 시작된다. 남들에게 다가가는게 서툰 두 사람이지만 흰 눈밭에서 조금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배려와 믿음을 바탕으로 그려진다. 소녀는 먹을 수 없는 인간의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자기 앞에서 피를 흘리는 소년을 물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본능을 처절하게 조절한다. 소년은 그녀의 정체를 알고 조금은 멀리하려 했지만,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해하며 도와준다.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 뿐만 아니라, 소녀와 함께 사는 남자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언제부터 그녀와 함께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늙지 않는 그녀를 옆에서 지켜주며 그녀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그의 마지막까지 소녀에게 한없이 주는 사랑을 보여주며 하나의 다른 사랑을 이야기한다.

소년과 소녀는 너무나 외로운 상황 속에 서로를 이해해 간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반대로 이 영화는 섬뜻하고 서늘한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눈발이 휘날리는 배경과 뱀파이어가 활동할 수 있는 밤이라는 시간, '뱀파이어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피가 어우러져 무섭도록 차갑고 시린 기운을 풍긴다. 소녀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는 소녀를 위해 살인을 저질러 피를 모으고 그가 실패할 경우 소녀는 밖으로 뛰쳐나가 사람의 목을 깨문다. 바탕에 깔리는 배경음악 없이 차갑게 펼쳐지는 이러한 영상은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분명 '공포'영화이다

위와 같은 2가지 내용(멜로와 호러)가 과연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Yes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와 스스로 선택해 만들어 가는 사랑은 서로 상충되지만 너무나 잘 어우러져 극을 이끌어간다. 

엔딩을 열어놨다는 것 또한 와닿았다. 영화에서 내내 보여주었듯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해피 엔딩을 발견할 수도 있고, 소녀와 함께 했던 남자의 모습에서 새드 엔딩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너야. 잠깐만이라도 내가 되어봐"
"들어가도 되니?"
|

감독: 존 카니 
배우: 글렌 한사드 / 마르케타 이글로바  
장르: 드라마 / 음악 
시간: 85 분 
국가: 아일랜드

 

 이 영화는 2007년 선댄스영화제, 더블린영화제에서 잇단 호평을 받으며 등장했다. 관객들은 여태까지의 뮤지컬 영화와 매우 다른 느낌을 가진 이 영화, 그리고 음악에 환호했고 영화 평론가들은 '뮤지컬 영화의 미래'라고 극찬했다.

 2주 동안의 촬영기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이런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기존 음악 영화의 틀을 깨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흔히 뮤지컬 영화를 이야기하면 '물랑루즈', '시카고', '헤드윅'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은 굉장히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하지만 원스에서는 이러한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일체 배제되었고 화려함이나 웅장함 대신 절제와 수수함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흔한 사랑,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는 사랑 대신 잔잔하고 고요한 사랑을 주제로 택한 것도 원스의 차별점이다.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 남편과 별거 중인 여자를 주인공으로 택해 그들의 수수함 속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상처받은 사람들끼리의 사랑은 열정적으로 불타오르진 않지만 천천히, 그리고 잔잔하게 진행되어 간다. 그가 "남편을 아직 사랑해?"라고 물었을 때, 알아들을 수 없도록 체코어로 이야기한 "밀루유 떼베(난 너를 사랑해)"는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감정이 움직여간다.

 또한, 그들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음악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그들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나 스킨십 없이 노래와 영상만으로도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아일랜드의 서민층 거리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바탕으로 흐르는 어쿠스틱 기타의 멜로디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인위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끼워 넣은 음악도 없다. 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며 절제된 언어로 그를 표현해 관객이 귀와 심장을 통해 그 마음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 영화라는 한계점에서 영화와 음악을 이분화시켜 표현하는 영화도 많이 있었지만, 원스에서는 영화의 흐름 속에서 노래를 잘 녹여낸 것 같다.

 이 영화에는 잘 생긴 남자주인공도, 예쁜 여자주인공도 없다. 평범한 외모의 두 남녀와 음악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영화이다. 서로를 배려하며 절제하는 평범한 그들의 모습이 있기에 더 빛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가난한 그가 더욱 가난한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해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를 사랑해'를 체코어로 뭐라고 해?"

"밀루 예쉬 호?"

"그럼... '밀루 예셔?'"

"Miluju tebe(밀루유 떼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우디 앨런
배우 :  우디 앨런, 다이안 키튼, 마이클 머피, 마리엘 헤밍웨이, 메릴 스트립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96분
제작년도 : 1979년
국가 : 미국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에 빠졌던 때가 있었다. 비취 전갈의 저주, 에브리원 세즈 아이러브유, 맨하탄, 매치 포인트, 마이티 아프로디테, 라디오 데이즈.... 우리 앨런의 영화에는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뭐랄까... 한 번 그의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자꾸자꾸 다른 작품을 보고 싶어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랄까? 2006년 개봉했던 매치 포인트를 시작으로 그의 작품들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던 도중, 이 작품을 만났다. 맨하탄.

 이 영화는 79년작으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30년(!) 전 작품이다. 그런데 이런 오래된 영화에서 현대인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도시에 사는 사람이 느끼는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인간관계에 대해서 그리고 있다. 특히, 그 중에 사랑에 대해서.

 넓은 도시, 많은 인파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들은 서로 소통하고 느끼고 생활한다. 그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게도 된다. 이 영화는 그런 모든 삶. 특히, 뉴욕에서의 삶을 지속적으로 그려낸다. 처음에 설정된 인간관계에서 그 것들이 조금씩 어긋나 가며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다시금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부담없이 매끄럽게 이어나간다. 어찌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로 관계가 맺어지지만 그 것을 우디 앨런 영화 특유의 유머감각과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부분을 공략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공감도를 높이고 있다.

 이 영화에서 마지막에 자리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을 보여주면서 보는 이에게 말한다. '사랑은 떠나야지 그 것이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라고.

 가장 흑백 영화다운 영화. 흑백의 화면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흑백이었기 때문에 공감이 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그런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자신이 사랑하는 도시만큼이나 거칠고 낭만적이었다. 그의 검은태 안경 뒤에는 정글의 맹수 같은 성적 에너지가 뙤리 틀고 있었다. 이거 정말 놓은데. 뉴욕은 그의 도시였다. 그리고 앞으로.."

 "당신은 사람을 좀 더 신뢰해야되요."


|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감독 : 왕가위
배우 :  양조위, 장만옥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98분
제작년도 : 2000년
개봉일 : 2000년 10월 21일
국가 : 홍콩

 

 이 영화는 우리 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홍콩 멜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불륜'이라는 소재가 어떤 방식으로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따뜻해보이지만 어두운, 강렬해 보이지만 희미한 영상미는 최고라고 평가된다. 각 장면장면의 연결이 끊길 듯 끊길 듯 이어지며 그런 효과를 통해 점차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두 사람의 안타까운 마음을 그리고 있다. 사랑하지만 사랑해서는 안될 두 사람. 흔히 '불륜'이라고 불리는 상황에서 그 둘의 사랑은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렇게 두 사람의 커져가는 사랑을 보여주며 보는 사람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두 가지 효과는 절제와 반복이다. 이 영화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두 사람이 가까워져가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거의 없다. 장면을 통해, 음악을 통해, 눈빛을 통해, 표정을 통해서만 그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 멜로 영화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스킨쉽도 매우 절제되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 흔한(?) 키스씬도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대체 왜 감독은 그런 절제된 사랑만을 관객에게 보여줄까. 답은 마지막 장면에 있다. 그들만의 비밀. 그들만의 사랑. 그들만이 알고 있는 둘 만의 이야기. 그 것을 묻으러 앙코르와트로 간 양조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2046호의 일은 관객의 상상과 생각에 맡기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반복이라는 장치를 사용했다. 주요 장면은 2번씩 보여준다. 그들은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해서, 또 그들의 맞아야되는 상황에 대해서 끊임없이 '연습'을 한다. 그 2번의 연습의 과정은 같지만 결말은 다르다. 그 둘은 그 연습을 통해 어떤 결론에 도달할 것인가라는 의문을 계속 던져주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습에서는 2번째 연습에 도달하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려버리는 장만옥의 울음소리를 어둠 속에서 들려줌으로써 그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화양연화'라는 말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라는 뜻이다.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의 가장 아름다운 때는 아이러니컬하게 그들의 중년기에 맞은 '불륜의 시기'이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언제였냐고. 그리고 대답한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육체가 아닌 정신만으로도 사랑할 수 있는 시기라고.

 가장 고독한 모습으로 담배를 태울 수 있는 배우, 가장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양조위와 세월의 흐름이 피해간, 무표정한 얼굴에서 가장 큰 슬픔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 장만옥의 조합이 인상깊었던 영화였다.

 

P.S : 양조위가 뒤에서 장만옥을 안고 있는 포스터는 너무 유명해서 다른 포스터를 골라보았다 ^^;

 

 "티켓이 한 장 더 있다면 나와 같이 가겠소?"

 "내게 자리가 있다면 내게로 올건가요?"

|

박재욱's Blog is powered by Daum &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