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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원스'라는 뮤지컬 영화에 대해 포스팅을 했었다. 원스는 영화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이야기를 완성해 준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Falling Slowly'는 원스의 주제곡으로, 서로 낯선 남녀가 만나 천천히 서로에게 빠져들어가는 감정을 노래한 곡이다. 

이 노래 한 곡으로(원스 OST 노래가 다 좋긴하지만) 원스는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OST를 먼저 접하고 영화를 뒤늦게 본 사람도 굉장히 많았다. 또한, 두 주인공은 원스 OST를 들고 세계를 돌며 월드 투어 콘서트를 열 정도 였으니, 원스 OST에 대한 지지가 얼마나 열광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아름다운 노래를 항상 같이 불러서 일까? 영화 속 두 주인공이었던 글렌 한사드와 마르케타 이글로바는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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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카니 
배우: 글렌 한사드 / 마르케타 이글로바  
장르: 드라마 / 음악 
시간: 85 분 
국가: 아일랜드

 

 이 영화는 2007년 선댄스영화제, 더블린영화제에서 잇단 호평을 받으며 등장했다. 관객들은 여태까지의 뮤지컬 영화와 매우 다른 느낌을 가진 이 영화, 그리고 음악에 환호했고 영화 평론가들은 '뮤지컬 영화의 미래'라고 극찬했다.

 2주 동안의 촬영기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가 이런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기존 음악 영화의 틀을 깨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흔히 뮤지컬 영화를 이야기하면 '물랑루즈', '시카고', '헤드윅'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들은 굉장히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하지만 원스에서는 이러한 화려하고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일체 배제되었고 화려함이나 웅장함 대신 절제와 수수함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흔한 사랑,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는 사랑 대신 잔잔하고 고요한 사랑을 주제로 택한 것도 원스의 차별점이다. 여자에게 배신당한 남자, 남편과 별거 중인 여자를 주인공으로 택해 그들의 수수함 속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상처받은 사람들끼리의 사랑은 열정적으로 불타오르진 않지만 천천히, 그리고 잔잔하게 진행되어 간다. 그가 "남편을 아직 사랑해?"라고 물었을 때, 알아들을 수 없도록 체코어로 이야기한 "밀루유 떼베(난 너를 사랑해)"는 그들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감정이 움직여간다.

 또한, 그들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음악으로 그리고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 그들 사이의 직접적인 대화나 스킨십 없이 노래와 영상만으로도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아일랜드의 서민층 거리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바탕으로 흐르는 어쿠스틱 기타의 멜로디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인위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 끼워 넣은 음악도 없다. 원스의 음악은 두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며 절제된 언어로 그를 표현해 관객이 귀와 심장을 통해 그 마음을 느끼게 한다. 뮤지컬 영화라는 한계점에서 영화와 음악을 이분화시켜 표현하는 영화도 많이 있었지만, 원스에서는 영화의 흐름 속에서 노래를 잘 녹여낸 것 같다.

 이 영화에는 잘 생긴 남자주인공도, 예쁜 여자주인공도 없다. 평범한 외모의 두 남녀와 음악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 영화이다. 서로를 배려하며 절제하는 평범한 그들의 모습이 있기에 더 빛나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가난한 그가 더욱 가난한 그녀에게 피아노를 선물해주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은 이 영화가 말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를 사랑해'를 체코어로 뭐라고 해?"

"밀루 예쉬 호?"

"그럼... '밀루 예셔?'"

"Miluju tebe(밀루유 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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