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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배우 카레 헤데브란트 / 리나 레안데르손 
장르 드라마 / 호러
시간 114 분
개봉 2008-11-13
국가 스웨덴


참 특이한 소재의 영화를 봤다.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렛미인(Let the right one in)'이 그 것이다. 그저 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라면 특이할 점이 없겠지만 이 영화는 특별한 소년과 특별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년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한 명의 친구도 없는 학생이고 소녀는 평생을 12살로 살고 있는 '뱀파이어'라면 그 특이함의 정도가 이해될까?

스웨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드라마/멜로/호러라는 3가지 장르를 수시로 넘나들며 극을 전개해 나간다. 항상 영화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흰 눈은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쓸쓸하게, 때로는 가슴 시리게, 때로는 너무나 차갑고 무섭게 보여진다. 소년과 소녀의 순수함은 극을 애잔하게 만들지만, 사람의 피를 먹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소녀의 삶 앞에 공포라는 존재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영화이다. 한 명의 친구도 없이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만을 당한 소년은 그들을 마음 속으로 증오하고, 죽이는 상상을 끊임없이 하지만 그 것을 실천에 옮길 수 없는 존재이다. 반대로 오랫동안 12살의 몸을 지니고 살아온 소녀는 그 누구도 증오하지 않고 해치고 싶지 않지만, 생존이라는 목적만을 위해 사람을 죽여야만 한다. 아이러닉하게 상반된 모습을 지닌 그 둘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믿음으로 시작된다. 남들에게 다가가는게 서툰 두 사람이지만 흰 눈밭에서 조금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배려와 믿음을 바탕으로 그려진다. 소녀는 먹을 수 없는 인간의 음식을 먹어보기도 하고, 자기 앞에서 피를 흘리는 소년을 물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본능을 처절하게 조절한다. 소년은 그녀의 정체를 알고 조금은 멀리하려 했지만,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해하며 도와준다.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게 그려진다. 이 뿐만 아니라, 소녀와 함께 사는 남자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는 언제부터 그녀와 함께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늙지 않는 그녀를 옆에서 지켜주며 그녀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그의 마지막까지 소녀에게 한없이 주는 사랑을 보여주며 하나의 다른 사랑을 이야기한다.

소년과 소녀는 너무나 외로운 상황 속에 서로를 이해해 간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반대로 이 영화는 섬뜻하고 서늘한 공포영화이기도 하다. 눈발이 휘날리는 배경과 뱀파이어가 활동할 수 있는 밤이라는 시간, '뱀파이어의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피가 어우러져 무섭도록 차갑고 시린 기운을 풍긴다. 소녀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는 소녀를 위해 살인을 저질러 피를 모으고 그가 실패할 경우 소녀는 밖으로 뛰쳐나가 사람의 목을 깨문다. 바탕에 깔리는 배경음악 없이 차갑게 펼쳐지는 이러한 영상은 사람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분명 '공포'영화이다

위와 같은 2가지 내용(멜로와 호러)가 과연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Yes이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포와 스스로 선택해 만들어 가는 사랑은 서로 상충되지만 너무나 잘 어우러져 극을 이끌어간다. 

엔딩을 열어놨다는 것 또한 와닿았다. 영화에서 내내 보여주었듯 사랑만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 가는 해피 엔딩을 발견할 수도 있고, 소녀와 함께 했던 남자의 모습에서 새드 엔딩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너야. 잠깐만이라도 내가 되어봐"
"들어가도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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