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한 달째 무기력증에 빠져있는 거 같다. 뭘해도 별로 즐겁지가 않다.
 살면서 이런 기분이 장기간 지속된 건 처음인 것 같다. 대체 뭘해야 즐거울까? 정말 별로 우울한 것도 아닌데, 딱히 신나지도 않다. 내 일을 열심히하고 또 의미도 있는데, 재미는 별로 없다. 정말 다 때려치고 여행이나 훌쩍 떠났다 오면 좀 나아지려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원래의 에너제틱한 모습을 잃어버릴까 두렵다. 뭐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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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롤프 슈벨
주연 : 벤 베커, 스테파노 디오니시, 에리카 마로잔, 조아킴 크롤 
장르 : 드라마 
상영시간 : 114분 
제작년도 : 1999

 이 영화는 나에게 조금 특별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너무나 좋아해서 생각날 때마다 몇 번이고 찾아서 봤고,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을 보기 위해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철저히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이 영화를 이루는 키워드는 딱 2가지이다. 음악 그리고 사랑. 
 영화의 제목인 'Gloomy Sunday'는 영화에 등장하는 슬픈 피아노곡으로, 전체 줄거리를 관통하여 흐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전쟁 중의 우울한 사회상, 그러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슬픈 인생들이 맞물려 그 무엇보다 아련하게 가슴을 적신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 음악을 통한 사랑으로부터 시작하여 슬픔과 죽음, 그리고 배신과 복수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며 흘러간다. 
 
서로 사랑하는 주인공들의 행복한 모습. 이 장면은 추후에 '몽상가들'에서 차용하게 된다.
 
 이 영화를 이루는 다른 한 축은 단연 '사랑'이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부부 앞에 나타난 한 피아니스트는 하나의 피아노곡으로 부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진다. 기존의 남편을 사랑하지만, 정열적으로 불타오르는 사랑을 원했던 그녀의 다른 한 쪽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남편은 그녀의 그러한 사랑을 이해하고 그녀의 반 쪽짜리 사랑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렇게 세 사람의 미묘한 동거는 시작된다. 처음에는 삐걱거렸지만, 점차 균형있는 세 사람만의 사랑을 만들어가던 때에 그녀를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나게 되고,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맞물려 모든 균형이 무너져 내리게 된다. 서로 사랑하지만, 상황이 그를 허락하지 않게 되면서 그들의 관계가 급속히 부서져 간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파란만장한 과정에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이 화면을 스친다. 우울, 질투, 이해, 배려, 희생, 조화, 행복, 분노, 증오, 슬픔, 배신, 복수까지.. 이 미묘하게 스쳐 지나가버릴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사랑'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 묶여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 영화 전반에 흐르는 Gloomy sunday와 함께- 흘러간다 . 이 영화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사랑'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에서부터 파생되는 것이라 말하는 것만 같다.수많은 감정이 얽혀있서 자칫 산만하게 비춰질 수 있는 화면을 너무나 세밀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풀어나갔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P.S: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 실제 현실 속에 존재했던 'Gloomy Sunday'가 너무나 많은 자살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모든 음반이 폐기처분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남아있는 원곡은 존재하지 않으며 영화에서 나오는 OST는 영화를 위해 새로 제작된 음악이다. 원곡이 어떤 느낌일지는 모르지만 'Gloomy Sunday'의 OST도 사무치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감성이 잘 녹아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아래의 영상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으니,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꼭 영화를 보고 다시 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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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바쁘고 괜히 정신없는 요즘에는 포스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요즘처럼 쓸데없이 바쁘고 지치고 인생이 무료해서 너무 우울한 느낌이 들 때, 이런 기분을 누구와도 나누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 이런 노래를 듣는게 제일 좋은 것 같다.

Damien Rice의 음악은 라이브로 들었을 때 뭔가 그들만의 색다른 맛이 있다. 이 노래의 멜로디가 딱 지금 기분이랑 잘 맞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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